나의 이야기

97번째

김동운 2012. 2. 27. 18:08

 

1. 두달여 만에 어머니를 뵙고 왔다. 기름기라곤 전혀 없는 피부.

부분 마비가 있는 오른손을 만지니 아프신지 얼굴을 찌푸리신다.

피부가 거칠어지셨다.

얼굴에 있는 피지를 짜드렸다.

아파 고통스러워 하시는 모습이 안스러웠다.

알아들으시든 아니든 그간의 집안 소식을 모두 말씀 드렸다.

아버님 성묘 다녀온 얘기, 아버님 기일, 며느리 기일, 조카 결혼식,

결혼식 뒤풀이 얘기, 미국서 온 사촌동생 얘기, 집안 어르신 얘기....

어머니 계신 병실을 나와 팔당댐 호수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강물에 부서져 반짝이는 햇살이 눈을 아프게 했다.

눈에 들어온 햇살 그리고 담배연기... 그래서 눈물이 났다.

 

2. 어머니 뵌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분당 공원엘 갔다.

싸늘하게 식다못해 캔 커피 속은 얼음으로 덜그럭 거렸다.

누가 왔다 갔을까? 누가 일주일 사이에 다녀 간 모양인데 누군지는 알 수 없다.

누가 다녀갔냐고 물어도 비밀이라 말 할 수 없다 했다 식구는.

새로 사간 캔 커피 뚜껑을 땄다.

"찌익~깡!' 손으로 만지기에도 뜨거운 커피를 앞에 놓고 부질없는 대화를 한참을 나누었다.

시간의 때가 묻어 푸석푸석해진 조화가 잔 바람에 흔들거렸다.

마치 그렇게 바람결에 흔들리는 그것 모두가 나와 통할 수 있는 전부인양...

때론 내 마음에도 시간의 때가 묻어 기억 곳곳이 성기고 엉성해지고 초최해 지더라도,

가끔은 차라리 그랬음 좋겠단 생각을 했다가도 이내 몸서리 친다.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