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98번째
김동운
2012. 3. 6. 18:13
따뜻한 커피를 서로 나누며 한참을 서 있으려니,
봄바람이 많이 힘이 드는지 슉슉 거리며 귀전을 스쳐지나갔다.
수원에서 살때 우리 식구들과 수원남문에서 마라톤 경기를 같이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짧은 순간 우리 앞을 지나가는 마라톤 선수들이 내쉬는 숨소리가 그러했었다.
"슉훅 슉훅".
탱탱볼 같은 탄력으로 가볍게 뛰어가는듯 했지만 그들이 내쉬는 숨소리엔 가슴을 압박하는
고통과 힘들어 하는 신음이 섞여 있었다.
지금 내 옆을 스쳐가는 봄바람도 굴곡진 산허리를 휘돌아 오면서
어지간히 힘이 들었구나 싶었다.
겨우내 잠들어 있는 꽃망울을 깨우자면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잘 견디며 저리 열심히 훅훅되면
곧, 아주 곧 겨우내 그리던 그 꽃망울이 터져 예쁜 꽃을 피우리라 믿는다.
내뿜는 담배연기를 스스로 뿔뿔이 흩날리던 봄바람이 그날은 그리 밉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