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01번째
김동운
2012. 3. 26. 13:38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종이컵 커피에 잔물결이 일었다.
남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다 바람에 날린 커피가 얼굴을 적셨다.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데 '드르륵 쓱쓱' 소리가 나길래 소리나는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대여섯명의 인부가 갈퀴로 낙엽을 긁어내고 있었다.
잔듸밭으로 떨어져 한 겨울을 보낸 낙엽을 한 곳으로 쓸어모아 어디론가로 나르고 있었다.
저 낙엽을 그냥 두면 아마 이제 돋아날 잔듸 새싹이 올라오지 못할 것 같으니
그렇게 걷어내어 봄볕을 새싹에 쬐이려나 싶었다.
그래야 새싹이 이만큼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할 일을 다하고 힘에 부쳐 떨어진 낙엽인데,
지난 시절의 수고로움에 대한 대접을 받기는 커녕 이젠 새싹에
걸림돌이 되어 저렇게 쓸려나가고 있었다.
낙엽 그대로는 이롭지 못한것인가?
차라리 자기 몸을 썩힌다면 새싹에게 밑거름이 될텐데
스스로는 썩지 못하니 불에 타던지 아니면 남의 손에 썩힘을 당하든지 선택을 해야겠지.
선택도 스스로는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제 낙엽이 될 나이가 되었으니 누군가에게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맡겨 볼 때도 되지 않았나?
주 중에 어느 누가 갖다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은박지에 싸인 키세스 초코릿 네 개가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 조차도 어떡해든 모자라는 나를 깨우치게 하려하는데
난 그를 애써 외면하고 돌아서 왔다.
이런 저런 죄의 굴레에서 어떡해 당당히 벗어나고 헤어나올 수 있을까?
낙엽만도 못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