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21번째
김동운
2012. 9. 10. 17:41
지난 달 비 핑계로 어머니께 다녀 오질 못해 마음이 무거웠다.
일찍 벌초를 하러 가는 사람들로 도로가 복잡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가지고 어머니께로 출발.
토요일이 붐볐나 의외로 한산한 도로.
병실엔 여섯 분의 할머니가 계셨는데 어머니는 이미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으시고 계셨다.
지난 번 뵐 때 보다 더 수척해 지셨다.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라 식사를 시켜 드렸는데 이미 빠진 치아로 음식물이 입 안에 있질 못하고
입 밖으로 자꾸 흘러나왔다. 잘 씹지도 못하신다. 수척해지신 이유를 알겠다.
한 공기의 밥을 드시던 분이 이제 삼분의 일도 채 드시질 못했다.
자식된 도리로 식사를 잘 하시도록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 하겠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없는게 못내 가슴이 아팠다.
늘 그랬지만 어머니를 뵙는 날엔 그 날 하루 가슴앓이를 한다.
모든 것을 모른 척 하며 돌아서온 죄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분당을 들렸다.
드센 기운이 많이 가셨다.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 지난 주보다 시끄러운 사람 수도 줄었다.
지난 주 벌초를 해 놓은 주변의 많은 슬픔에는 무엇이 아쉬운지 몰라도
일주동안 엉성하게 또 다시 풀이 자라있었다.
갓난아이 머리카락 같아 보였다. 가늘고 듬성듬성 여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