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32번째

김동운 2012. 12. 24. 17:24

 

지난 일요일 어머님께서 중환자실로 옮기신지 육일째 되는 날.

수요일 뵙고 왔지만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서 집에 머물수가 없었다.

병실에 들어서니 점심 식사를 하고 계셨다.

예전과는 달리 죽을 큰 주사기로 입에 넣어 식사를 하셨다.

여전히 나를 알고 보시지는 못하고 주사기를 입에 대면 본능적으로 입을 벌리셨다.

자식으로서 해드릴 것이 없다.

그저 곁에 앉아 눈물이나 흘리고 가슴만 메어 올 뿐이었다.

어머니 뵙고 나오는 길 발걸음이 무거웠다. 부디 용서치 마시길...

분당공원을 들렸다.

몇일전 내린 눈이 차가운 돌에 그대로 쌓여있어서 쓸어내렸지만

그새 얼어붙은 얼음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근처 슬픔 앞에 여러분이 와 계셨는데 온 식구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중 한 분이 어머니 되시나보다.

그 차가운 돌을 부여안고 딸의 이름을 부르며 하염없이 우시고 있었다.

다른 딸들이 어머니를 부축하며 돌아가는 길에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하셨다.

부모 마음이란 그런것인가 보다.

온 식구의 울음이 가늘어 질 즈음 보니 지난 주 갖다 놓은

캔커피는 추위에 꽁꽁 얼어 있었다.

다시 따뜻한 커피를 바꿔 놓으니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그러나 그도 얼마가지 않아 차갑게 식었는지 오르던 김도 조용해 졌다.

먼 산보다가 차가워진 커피보다가 그러길 수 차례.

아직 녹지않은 눈을 딛고 서 있던 발이 시러웠다.

시린 발이 아파왔다.

난 그것도 참지 못하는 지아비였다. 그래서 돌아서 왔다.

어머님도 날더러 참 못난 사람이라 서운타 하셨을 것이고

차가운 돌에 갇힌 식구도 못난 지아비라 서운해 했을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