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99번째

김동운 2012. 3. 12. 13:30

 

세찬 봄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를 부러뜨릴듯이.

매섭게 불어 온 바람이 시멘트 담벼락에 부딪히고는 갈 곳을 잃어

화가 난듯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주변에 꽂혀있는 조화를 심술궃게 흔들었고, 키 작은 철쭉도 흔들어대었습니다.

채 털어내지 못한 담배 재도 마구 흔들어 털어냈습니다.

종이컵에 담긴 커피도 곧 쏟아 낼듯이 종이컵도 흔들더니

한참 서 있던 내 맘도 흔들어대었습니다.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고 자리를 떳습니다.

바람과 나를 제외한 이 세상 모든것들은 모두 그대로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은 장인어른 기일이었습니다.

한번도 뵌 적이 없어서 그 분이 생전에 계셨으면 적어도 그분께서는 기꺼운 마음으로

날 사위로 받아주셨을까하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올해는 내려가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것 같습니다.용서하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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