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11번째

김동운 2012. 6. 11. 14:13

 

아직 오전인데 햇살은 몹시 따가웠다.

커피 한 잔을 따라 놓고 담배 한 대를 피웠다.

많은 슬픔을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에서 뻐꾸기 한마리가 울고 있었다.

뻐~꾹 뻐~꾹.

뻐꾸기는 알을 낳아 새끼를 부화시킬 수가 없어 다른 새 둥지에 자기 알을 낳는다한다.

알이 부화되어 새끼가 태어나면 자기 새끼에게 어미 목소리를 들려주려고

새끼가 보이는 먼 곳에서 뻐꾹뻐국하고 운다고 한다.

그래서 뻐꾸기 소리는 크기도 하다.

그 소리가 산자락에 부딫혀 메아리가 될 정도이니 우렁차기도 하다.

아마 자신의 새끼를 키우지 못하는 부모 마음이 하도 애닯아 피를 토하듯

목놓아 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넋을 놓고 내 슬픔 앞에 퍼질러 앉아

뻐꾸기 소리를 한참 들었다. 어릴적 외가댁 농막에서 들었던 뻐꾸기 소리가 생각이 났다.

더운 여름날 그 농막에 가면 언제나 뻐꾸기가 울고 있었다.

흠집이 난 여름 과일이랑 채소를 먹으며 먹는 내내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아직은 새끼를 부화시키는 때가 아님에도 뻐꾸기는

내가 자리를 뜨는 그때까지 열심히 울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3번째  (0) 2012.06.25
112번째  (0) 2012.06.18
110번째  (0) 2012.06.07
109번째  (0) 2012.05.28
108번째  (0) 201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