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88번째

김동운 2011. 12. 26. 17:22

 

지난 주 목요일이 생신이셨던 어머니를 찾아 뵈었다.

눈꼽을 떼어드리고 귀지를 파 드렸다.

얼마나 오랜동안 귀지를 파지 않았던지 귀지가 까맣게 변해 있었다.

'아 아 어머니 제 말 잘 드리지?'하니 아무 말씀없이 그저 웃으셨다.

앞 침대에 계신 102살 되신 할머니께서 함께 웃으셨다.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같은 병원 같은 자리 같은 침대에 계신지가...

--------------------------------------------

아버님

아버님께서 제게 남기시고 간

참회의 눈물이

아직 제 몸 속에

가득 고인 채 출렁입니다.

 

살아 생전

편히 한번 모시지 못한 죄를

속절없는 눈물이

씻을 수는 없지만

흘린 눈물 한 방울이

따뜻한 아버님의 매라 여기고

제가 이승을 떠나는 날까지

바다만큼 퍼낸다고 한들 사 해지겠습니까.

 

남의 무덤 가에

짐자전거 뉘여놓고

차가운 점심을 드시면서도

자식 걱정을 먼저 하신

오일장 얘기는

궁색한 촌부의 예사 일 같지만

제게는 용맹한 장부 였습니다.

 

아버님 함자가 호적과 다른 이유를

나이 들고도 한참 후에야 알았습니다.

왼 손가락 중간에 난 흉터가

아버님의 효심이란 걸 알았을때

저는 감히 당신을 바라 볼 수 없었습니다.

 

병상에 계신 그 때도

이 못난 저는 먼 길이 야속 타

탓만 하였습니다.

자식 신세 지지 않겠다는 그 말씀을

참 인줄 알고

아무 소식 못 전한 게

한스럽습니다.

 

차라리

한 차례라도

매섭게 저를 나무라시고

싸리나무 매라도 드셨더라면

이렇게 애절치는

않았겠지요.

 

기껏 삼년산성 끝자락에

간신히 모셔놓고

아직도 이 자식은

짧은 생 아버님을

원망만 합니다.

뻔뻔스레

용서만 구하고 있습니다.

--------------------------------------------------

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뒤 쓴 글인데, 이런 후회를 했으면서도

어머니 또한 똑바로 모시시 못하고 있다.

불효라는 말도 감히 입에 올리면 안되는 못된 자식으로 남으려 하는가 그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0번째  (0) 2012.01.09
89번째  (0) 2012.01.03
87번째  (0) 2011.12.18
86번째  (0) 2011.12.13
85번째  (0) 201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