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07번째

김동운 2012. 5. 15. 14:07

 

한 달만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

말씀을 못하시는 어머님이 날 보고 웃으셨다.

'큰아들을 알아보는갑네'하시며 같은 병실에 계신 다른 분들도 신기해 하셨다.

평소엔 얼굴에 좋다 싫다 표정없이 지내시니 그럴만도 하셨을 것이다.

마침 병실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TV에선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다.

어떤 분이 TV 소리에 맞춰 조그만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셨다.

'어머니도 따라 불러 봐요'했더니만 빙그레 웃으셨다.

어머님이 편찮으시기전 배우시고픈 노래가 있음 가사를 적어달라 하시곤 내가 한소절 부르면

어머님이 따라 부르시던 그때가 그리웠다.

어머니 턱밑에 앉아 유행가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던 그때 말이다.

한 시간여를 있다가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인사를 드리니 크게 한숨을 쉬시며 우셨다.

아픈 마음을 안고 분당 공원으로 향했다.

도로에 꽉 들어찬 차들이 마음을 성급하게 만들었다.

캔 커피 하나를 사들고 분당 공원에 들어서니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자락 나무 빛깔이 진하기도 했다.

어느새 봄이 물러나고 여름이 코 앞에 있음이다.

이미 없어진 벗꽃과 목련, 이제는 꽃잎이 말라가고 있는 철쭉과 연산홍,

그렇게 고왔던 봄꽃 빛깔 모두가 산자락으로 올라 갔나보다.

아기손바닥만 했던 나뭇잎이 어른 손바닥만큼 자라있고 그 빛도 진녹색으로 변해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아카시 꽃이 꿀향기를 뿜고 있었다.

어린 날 아카시 꽃을 따먹던 기억이 났다.

그 달착지근 한 맛이 혀 끝에 느껴졌다.

군 시절 야간 보초 근무를 나갈 양이면 유독 아카시 나무가 많았던 부대엔 아카시 향기가

어둑한 연병장에 소복히 내려 앉아 그 은은한 향기에 취해 고향 생각과 부모님 생각에

근무는 뒷전이었던 시절도 생각이 났다.

저번 주에 보았던 민들레 꽃 한송이는 이미 꽃대와 씨앗을 남기고,

그 꽃대를 누군가 꺽어 한쪽 옆으로 치워 놓았다.

피어 있는 민들레를 보지 못함을 아쉬워 하며 햇살에 따끈하게 데워진 비석만 몇번을 쓰다듬다 돌아서 왔다.

어머니 소식과 아이들 소식을 전하고 왔으니 한 일주일은 잘 지낼수 있죠,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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