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면 온 세상이 고요해진다는 것이 마치 사실인 양 일요일 분당 공원은
참으로 고요하고 조용했다.
붕붕거리는 자동차도 북적이는 사람들도 이 정적을 깨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시멘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만 시끄러웠다.
두터운 진녹색 솜이불을 대충 펼쳐놓은 듯 산등성이는 힘이 실려 있었다.
보디빌더의 울퉁불퉁한 근육 덩어리 같았다.
나의 슬픔 앞에서 그 산 끝을 한참 바라보다 차차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 슬픔 앞에 머물렀다.
그리곤 이내 시선을 다시 들어 그 산자락을 훑고 있다가 다시 나의 슬픔 앞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길 몇 차례...
등짝으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내 살속을 파고 들었다.
데일 듯이 따가운 햇살...
머무르지 못하는 시선과
달구어진 속살을 데리고 ...뒤돌아서 왔다.
거의 한 달만에 끓여간 뜨거운 커피는 날씨 탓인지 김도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한모금 홀짝 들이킨 커피의 뜨거움으로 움찔 거리다가 울타리로 쳐진 은사시나무 잎만 쓰다듬었다.
은사시나무 잎도 햇살을 받아 따끈이 데워져 있었다.
온 세상이 내리쬐는 햇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듯...
슬픔을 마주하고 터벅대는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하는 나도 참 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
정리하기도 힘든 헝클어진 세상사를 머리 속에 잔뜩 채우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 어려운 세상로 부터의 교집합을 찾기 보다 차라리 차집합을 찾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