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42번째

김동운 2013. 5. 13. 16:06

 

일요일 일상 1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대령하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넣어 끓인 적이 있었다.

적당히 물이 끓을 쯤이면 주전자 주둥이 입구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었다.

철 수세미로 가끔씩 닦아 놓으면 끍힌 자욱따라 반짝반짝 광채가 고울 정도였다.

지금은 물때가 끼고 손잡이와 꼭지엔 끈적한 이 물질이 착 달라붙어 있어 감히 맨손으로 잡기엔 기분이 언찮다.저렇게 창틀에 놓여 누군가를 너무 오랜동안 기다렸음이 분명해 보였다.

모르긴해도 주전자 안쪽도 거미줄이 한가득 일듯하다.

일요일 늦은 오후쯤이면 기다림에 지쳐 스러진 것이 곳곳에 있다.

몸무게에 눌러 딱딱해진 거실 카페트가 매끄럽다.

가끔은 지친 햇살에 카페트 군데군데가 순간 반짝하고 반사가 일어났다.

지친 어둠속에 섬뜩 누워있음이다.

 

일요일 일상 2

식탁에 딸려 있는 의자 셋.

언젠가는 저 의자에 식구들이 마주앉아 하하호호대며 몸에 좋은 음식을 나눈적이 있었다.

서쪽으로 부터 들어 온 햇살이 그 의자를 곱게 비추었다.

식탁 아래쪽에 의자 세개가 저렇게 놓인 적이 꽤나 되었다.

사람이 앉아 본적이 너무도 오래되어 먼지가 뽀얗다.

쌓인 먼지가 너무 무거워지면 아직은 반짝이는 저 햇살도 무거워질것 같다,어쩌면.

낡은 어둠은 한없는 기다림이다.

 

일요일 일상 3

일요일 저녁.서쪽으로 나있는 창문으로 햇살이 길게 들어왔다.

길게 늘어진 햇살 끝자락이 거실 탁자위에 머물었다.

그리고는 탁자 위에 놓여있는 모자를 물끄러미 비추었다.

모자마다 얽힌 얘기를 종알대고 있었다.

그 기능을 많이도 잃어버린 모자 세개가 그렇게 포개져 있었다.

포개진 모자 위에 먼지도 포개진다.또 기다림도 포개진다.

그런데 그 위를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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