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84번째

김동운 2011. 11. 28. 15:51

그 곳엔 마지막 남아있던 가을도 사라졌다.

 

우연이 차가운 초 겨울비가 내려

비석에 새겨진 글자가 까맣게 쓰여 있었고.

 

마음을 담아 빗물을 닦아 보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채

덩그러니 까만 글씨는 날 원망코 있었다.

 

막 불 붙힌 담배 한 대가 다 타도록

기껏 내 이름 석자만 하얗게 바뀌고 있었다.

 

다음엔 그 곳에 항상 머무를 사람의 태어 난 그 날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

그리고

마지막 남긴 여섯 글자가 하얗게 되어 가는 걸 보곤

끝까지 지켜서있지 못하고 돌아섰다.

 

난 늘 그랬었을 수도,

인지 하지 못한 채.

 

그래 그렇게 하고 돌아섰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9번째  (0) 2012.01.03
88번째  (0) 2011.12.26
87번째  (0) 2011.12.18
86번째  (0) 2011.12.13
85번째  (0) 2011.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