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엔 마지막 남아있던 가을도 사라졌다.
우연이 차가운 초 겨울비가 내려
비석에 새겨진 글자가 까맣게 쓰여 있었고.
마음을 담아 빗물을 닦아 보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채
덩그러니 까만 글씨는 날 원망코 있었다.
막 불 붙힌 담배 한 대가 다 타도록
기껏 내 이름 석자만 하얗게 바뀌고 있었다.
다음엔 그 곳에 항상 머무를 사람의 태어 난 그 날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
그리고
마지막 남긴 여섯 글자가 하얗게 되어 가는 걸 보곤
끝까지 지켜서있지 못하고 돌아섰다.
난 늘 그랬었을 수도,
인지 하지 못한 채.
그래 그렇게 하고 돌아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