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28번째

김동운 2012. 11. 18. 16:02

 

오랜만에 어머니를 뵙고 분당공원을 들려왔다.

어머니는 지난 번보다 더 안 좋아져 계심을 한눈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머니 옆에 아무말 없이 앉아 있으며 생각나는 글이 있었다.

사진학원 과제물 제출 할 때 덧댈 글이다.

"스러지는 것의 연속이 곧 인생이고 삶이다.

스러지는 것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옴을 말한다.

스러지는 것은 사라짐과 다시 나타남의 가장자리에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스러진 것 다음에 있는 것 일까?"

못된 생각이겠지만 어머님은 스러지고 계신 것 같았다.

어머님를 뵙고 돌아오는 길, 병원 계단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소리내어 울었다.

가슴 한복판의 멍한 그 무엇도 녹아 내리지 않았다.

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간병인 아주머니가 나와 보았다.

마지못해 눈물을 훔치며 병원 밖으로 빠져나왔다. 

흐르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가을이 지나 찬바람이 부는 분당공원에 있는 식구는 스러진 자리에 있는 것이겠지.

서늘하고 허전한 마음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오니

어제 장모님께서 보내 주신 김장김치가 눈에 들어왔다.

비닐봉지에 꼼꼼히도 담으셨다.

김치냉장고에 옮겨 담다보니 비닐봉지가 찢어져 있었다.

김장김치를 봉지에 담으시며 당신의 애처로운 딸을 얼마나 그리워 하셨을까?

모처럼 날씨는 쾌청한 일요일이었는데 마음은 참 무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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